알파벳 공갈단
알파벳 공갈단
서효인(1981~ )
A는 고개를 잘 돌린다 (중략) 늘 비뚤어져 더 잘 본다
B는 목소리가 크다 길을 지나는 모든 사람의 장기(臟器)를 놀라게 할 수 있다
C는 강한 발등을 가졌다 발들에 그랜드캐니언이 있다 (중략)
A는 그저 고개를 돌릴 뿐이다 (중략) 간단한 지시를 간결하게 내린다
B는 일단 조용히 해,
C는 그랜드캐니언을 들이대, 새벽의 지진처럼 비밀리에 타이어의 회전 반경을 계산,
A는 이제 뒤로 빠져
B는 이제 소리 질러 고함을 지르며 서부의 거친 마초가 되는 거야 눈을 부라리며 목소리와 콩팥을 앞세워 뭐든 이기는 거야
C는 유타 인디언이 되어 자연을 향한 경외심 가득한 춤을 춘다 절뚝절뚝 발등을 찍듯이,
A는 딴 곳을 본다
B는 협상 중이다
C는 산양처럼 그 자리다 그들은 이 거리의 ABC, 기본이니까
A는 좌우대칭이어서 고개가 잘 돌아간다.
B는 확성기처럼 생겨서 목소리가 크다.
C는 말발굽처럼 생겨서 그랜드캐니언이다.
다시 보니 A는 톱 클래스 인간이다. 계산하고 명령하는 배후다.
B는 중간급 관리자다. 눈을 부라리며 C를 다그친다.
C는 가난한 민초다. 보호구역으로 쫓겨간 “인디언”들이다.
이것이 “이 거리의 ABC”다.
- 권혁웅(시인)
공갈은 공갈일 뿐
ABC 기본이다.
ABC 상식이다.ABC 지식이다.ABC 법률이다.ABC 의무이다.ABC 유행이다.ABC 교양이다.ABC 뼈대이다.ABC 사격이다.ABC 자랑이다.ABC 교만이다.ABC 허풍이다.말들도 많지만, 근거 없는 잡소리요.결국, 내 식구 감싸는 뒷소리요.허망하게 구름 쫓는 헛소리라.광풍은 지나가고 햇빛은 나오니라.- 달빛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