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푸른 밤 3.
우도에서의 생활은 단순했다. 어쩌면 너무 단순해서 한창 열정적인 감성을 지닌 20대 후반의 청년으로서는 무미건조하다고 느낄 수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닷가에 있는 어촌계 창고로 나간다. 매일 달라지는 물때에 맞춰서 해녀들이 그날그날 가져온 해초류 물량을 확인하고 물을 빼기 위해서 창고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때로는 배를 타고 해녀들의 작업상황을 보기도 하였다. 해녀들은 전복이나 해삼 낙지 멍게 성게를 잡고 톳이나 미역 등도 딴다. 수확량은 하루하루 다르다. 검은 잠수복을 입고 허리에는 무거운 납덩어리를 찬 해녀들의 물질은 지켜보니 고되었다. 그러다 보니 젊은 처자들은 전부 도시로 나가고 남아있는 해녀들의 연령은 점점 높아만 간다. 보통 젊은 해녀라고 해봐야 거의 60이 넘은 나이였다. 그중에 한 해녀는 땅에서는 관절염으로 거동도 힘든 78세의 할머니이지만 물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여관에 머물다 날이 어스름하게 저물면 저녁을 먹고 잇닿은 다방으로 들어선다. 그 시간이면 동네 사람은 이미 집으로 돌아가 버리고 다방 안은 아무도 없다. 고즈넉한 다방을 지키는 여인 혼자서 오로지 유일한 손님인 나를 위해 커피를 준비하고 음악을 틀어준다. 놀랍게도 몇 개 없는 레코드판 중에서 신중히 고른 듯 동네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July Morning이 실내에 잔잔히 흐른다. 여인은 검은색 옷을 즐겨 입었다. 긴 생머리를 하고 바라보는 눈길에 눈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은 인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보았는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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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포스팅했던 우도의 여인은 현재 수정 보완작업 중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