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따사하며 맑고 푸르던 하늘이 서편으로부터 갑자기 시커먼 먹장구름이 드리우며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질 때 나의 마음은 어느덧 우울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던 프리웨이에서 예고 없이 옆 차선에서 커다란 차량이 무작정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고 한동안 놀랐던 가슴을 진정시키노라면 끼어들었던 차량은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버리고 오랜만에 스타벅스에서 사왔던 커피는 엎질러져 차량 밑바닥에서 나뒹굴고 있을 때 내 마음은 서글퍼진다.
직장에서 땀을 흘리며 나름 열심히 일하던 현재 작업의 공로는 별말이 없고 새로운 작업만 지시하여 퇴근 시간이 늦어질 때면 어깨는 처지고 한숨만 나온다. 길을 가다 채근하며 우는 아이를 더더욱 야단치며 때리는 우악스러운 어른의 손길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는다. 뜨겁던 한낮의 해가 내려와 석양이 온통 붉게 물들어 가고 잎 떨어진 큰 나뭇가지 위에 까마귀 떼 몰려와 그악스런 울음만 하늘을 뒤덮을 때면 마음은 심하게 요동을 친다.
산다는 것이 때로는 힘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했건만 뿌연 안개에 가려져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하루하루 경제적 어려움만 닥칠 때면 가슴 밑바닥에서 삶에 대한 회의가 제방을 무너뜨린 황토 섞인 거센 물처럼 거침없이 밀려든다. 이미 많은 것을 소유한 이는 욕심으로 더욱 소유하기 위해서 인색해지고 자신보다 없는 이를 무시하며 몰아치기만 한다. 조금만 자신의 가진 것을 모자란 이에게 나누어 준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항상 세상의 어려움은 넘쳐나고 언제나 삶은 고단하다. 유사 이래로 사람이 있는 곳에는 가난은 지속하였다. 재화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넘치고 흘러내려 썩어날 지경이라도 절대 없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지 않는다. 사람의 욕심이 차단하는 것이다. 재화가 많은 곳에는 죄악이 넘쳐나고 없는 곳에도 죄악은 싹튼다.
프리웨이에서 내리면 줄 지어선 차량 사이로 허름한 차림의 노숙자가 구걸하고 다닌다. 어느 곳에서 내리더라도 요즘에는 노숙자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오히려 그들의 잘못을 탓하며 1불도 아까워한다. 노숙자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다운타운에는 노숙자들이 풍기는 고약한 냄새가 높게 솟은 빌딩 사이에 진동한다. 주여! 언제까지 세상의 어려움을 외면하시려나이까? 언제나 삶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시련 지요. 물질을 따라가면 천국이 멀어져서 물질로 피폐해져 가는 삶의 어려움을 건져내 주지 않으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