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꿈은 꼭 이루어진다?

달빛산책012 2013. 6. 13. 19:16

 

 

 

나는 이상스럽게도 작년부터 올해까지 좋은 꿈을 많이 꾸었다. 작년 초에는 평생에 몇 번 꾸지 못하는 그 어렵다는 돼지 꿈을 연속으로 서너 번이나 꾸었다. 그것도 커다랗고 토실토실한 돼지가 한꺼번에 십수 마리나 나오는 꿈을. 잠을 깨고 나서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돼지 때문에 한동안 기분 좋게 지냈던 기억이 난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보통 길몽으로 치고 있는 대통령이 나오는 꿈도 꾸었다. 비록 꿈속에서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는 호사도 누려봤다. 

 

올해도 그렇다. 용꿈도 꾸었고 호랑이 꿈도 꾸었다. 심지어 돈방석에 오르는 꿈도 꾸었다. 꿈 이야기를 하자 주변 사람들이 우선 부러워했다. 우선 아내의 성화가 드세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거냐고? 당장 가까운 세븐 일레븐이나 리쿠어로 달려가지 않고서리. 나도 부픈 희망을 안고서 아내의 말대로 눈썹이 휘날리게 리쿠어로 부리나케 달렸다. 그러나 꿈은 역시 꿈일 뿐이었다. 일등 대박은 고사하고 소소한 것도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해도 시큰둥하다. 오히려 타박만 맞는다. 자신감을 완전히 잃은 나는 좋은 꿈을 꾸어도 이제는 아내에게 말하기 어렵다. 

 

꿈이란 과연 무엇일까?

꿈의 사전적 의미는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의 연속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꿈을 꾸기 전에 내가 그런 꿈을 꾸겠다고 미리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물론 평상시에 비슷한 연상을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왜 근래 들어 잠을 자다 그런 허황된 꿈이 계속 나를 들뜨게 하고 있을까? 유치한 생각이었지만 예전에는 돼지 꿈이 좋다고 하여 한동안 돼지만을 연상하며 잠자리에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야속한 돼지는 나의 꿈속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었다. 

 

 

 

 

꿈의 또 다른 의미로는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理想)이 있다. 흔히 말하는 꿈이란 평소에 바라던 자신의 소망과 앞으로 추구해 나갈 이상적인 계획을 말한다. 어릴 적에 어른들이 자주 묻곤 하던 네 꿈이 뭐냐? 넌 꿈도 없느냐? 하던 꿈. 살면서 바라고 또 이루고 싶은 계획들은 너무 많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꿈이 좌절되면 절망하고 괴로워하다 그래 꿈은 단지 꿈일 뿐이야 하면서 쉽사리 포기하게 된다. 쉽게 이루어질 일은 사실 꿈이 아니다. 물론 사람들이 살면서 한두 가지 이루고 싶은 소망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 소망은 언제나 삶을 힘들게 한다.  

 

따지고 보면 꿈은 자다가 꿈속에 나타나는 꿈처럼 허망한 신기루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자신의 꿈을 다 이루었다고 과연 행복할까? 나는 아직 꿈을 다 이루어보지 못해서 아직도 아닌 말로 꿈이 고프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은 희망을 먹고 사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희망이 없다면 삶이 팍팍해지고 쉽게 포기하게 되고 삶의 의미도 희미해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꿈을 이룬 결과 자체보다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 더 방점을 찍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어찌 살면서 꿈을 다 이룰 수 있겠는가. 어쩌면 꿈을 알맞게 포기하는 것이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인지도 모른다. 

 

내 나이 이제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에 들어서고도 조금 지났다. 하지만 아직 돌아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하늘의 뜻을 알기는 고사하고 땅의 뜻도 사람의 뜻도 모른다. 아직도 실상 꿈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단지 꿈을 좇는 삶이 괜스레 현실만 팍팍해지게 만드는 느낌이다. 꿈이 자신의 간절한 소망이라면 나는 작년에 바라던 두 가지 큰 소망 중에서 하나를 이뤘고 올해도 소박한 결과이지만 또 하나를 이뤘다. 하늘에 감사와 영광을 드릴 일이다. 그런데도 불만스럽고 현실도 팍팍하다면 너무 욕심이 과한 것일까? 꿈은 사람이 지닌 욕심의 다른 표현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