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서 생각해 본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해 본다.
어차피 인생이란 먹고, 마시고, 자고, 사람을 만나고, 웃고, 울고 하다 보면 끝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고상하게 철학이니, 진리니 떠들어봐야 공허함만이 돌아오고 자신을 치장해 보아도 의식의 빈곤을 감추기 위한 허세에 불과할 뿐이다.
세상에는 낮잠을 자는 삶도 있고 밤에 자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은 인생의 큰 즐거움의 하나이다. 이것을 인정하면 솔직한 사람이 아닐까.
침대에 누워 있으면 외부와 단절된 혼자만의 세계를 누릴 수 있다. 시인은 불후의 명작을 쓸 수도 있고, 철학자는 인간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고, 과학자는 뛰어난 발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홀로 있으면 비로소 명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으련만 사람들은 이것을 간과한다.
누워 있으면 근육은 쉬게 되고, 혈액순환은 더욱 잘되고, 호흡은 침착해져 모든 신경이 안정되어 육체적 평온함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도덕적 개념은 편안함과 쾌적함을 죄악으로도 보고 있다. 옛날 서양에서는 여자들이 자신의 나체를 보지 않으려고 목욕도 거의 하지 않았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낭만주의가 전개됨에 따라 인생의 진실한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솔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생은 긴장과 이완,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의 교차적 연장이다. 아마도 남자의 머리는 여자처럼 한 달을 주기로 바뀌게 되는지도 모른다. 자전거의 체인을 너무 빡빡하게 조이면 오히려 달리기 어려운 것처럼 때로는 여유로운 휴식도 필요하다.
'친구와 나누는 대화는 10년 동안의 독서보다 낫다.'라고 한다. 친한 친구를 사귀기 어렵기는 하지만 친구와 나누는 정담은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다.
현명하면서 말 잘하는 사람은 드물고, 말 잘하는 사람치고 현명한 사람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느긋한 마음으로 친구와 대화하면 그 기쁨은 새로운 발명보다 뛰어난 예술작품을 완성한 것보다 덜하지 않으리.
인생이란 '달도 차면 기울고 꽃도 피면 시들고 좋은 친구는 더더욱 만나기 어려운 것'이니 이런 즐거움이 있다면 사양하지 않을 것이다.
옛날 철인들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우주는 음양의 합(合)이요, 결정체이다. 밀턴은 '실낙원'을 썼지만, 여전히 새는 지저귀고, 꽃은 피고, 과일 열매는 열린다. 호숫가에 어스름한 안개는 피어오르고 고기는 물가를 거스른다.
옛날 한 사내가 있었다. 하루는 신을 찾아가 이 세상은 도저히 살 만한 곳이 못 되니 천국으로 가게 해달라고 간청을 하였다. 신은 하늘에 걸린 달을 가리키며 '저 달을 즐기는 것이 좋지 않으냐?"라고 물었다. 사내는 "저런 것은 보기도 싫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하늘과 맞닿은 저 산은 어떤가? "물어보았다. 역시 사내는 "지겹습니다."라고 하였다. 신은 화를 참고는 바다의 물고기 떼를 보여주었다. 그 사내는 "재미없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신은 화가 나서 이렇게 말했다. "에이 배은망덕한 놈아, 이 자연이 싫고 지구가 싫으면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곳에 가면 산도, 달도, 나무도 없으니 평생 거기에서나 살아라. "그리고는 이 사내를 도시 한복판에 있는, 아무런 공원도 없는 아파트로 떨어뜨려 버렸단다.
이 사내를 무엇으로 만족하게 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은 찾아보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만족하지 못하고 이 자연을 사랑하지 못한다면 지구를 떠나야 하겠고, 조물주가 주신 사계절을 즐길 줄 모른다면 계절이 여섯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때에 따라 꽃이 피고, 새가 울며, 철 따라 각종 과일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이 바로 기쁨과 즐거움이 충만한 곳이리라.
누가 일이 많아 파초를 심었나?
아침에도 소슬하고
저녁에도 소슬하구나.
쓸쓸하고 울적한 님이시여.
파초를 심은 마음
파초를 원망할까요
어제는 오늘보다 좋은 날이었구나.
올해는 작년보다 늙어가는 이내 몸.
- 장탄 "추등쇄억(秋燈碎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