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는 모두 술을 마시지 않는다.
세상 사람은 술 마시는 사람과 안 마시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
음주가 도덕적으로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도덕적 결함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실수도 없고 기계적인 생활을 하며 이성이 늘 감정을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나 역시 이성적인 사람을 좋아하지만 완벽한 이성인은 어쩐지 삭막해 보인다.
사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으니 술에 대한 이야기는 말할 자격이 없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술을 끊었지만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도도한 취흥은 알고 있다. 술은 어찌 보면 문학과 예술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인간의 창조력에 큰 도움을 주어 많은 명작을 낳게 한 것이다. 술에 약간 취하면 사람들은 대개 기분이 의기양양해지고 모든 어려움을 뛰어넘을 자신감이 생기며 감수성도 예민해져 창조력이 왕성하게 발휘되는 것이다.
그러나 독재자들이 술을 마시지 않았기에 위험한 행태가 이루어졌다는 지적의 글을 읽고 재미있어 소개한다. 찰슨 W. 퍼거슨의 '독재자는 모두 술을 마시지 않는다.'라는 글이다.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는 모두 근검절제의 전형이다. 현대의 전제정치자들, 즉 현 인류의 통치자들은 앞만 바라보며 매진하는 야망 있는 젊은이들이 본받을만한 인물들이다. 이 정도라면 누구나 훌륭한 사위나 남편이 될 만한 사람들이다. 전도사들의 도덕적인 품행을 그대로 보여 준다. 히틀러는 고기를 안 먹고, 술도 담배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욱 고상한 금욕의 미덕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무솔리니는 엄청나게 먹긴 하지만,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어쩌다 포도주나 한 잔가량 마시는 정도였다. 스탈린도 방이 셋 있는 아파트에서 아주 검소한 생활을 했다. 남의 눈을 끌지 않는 수수한 옷에 간단한 식사를 했으며, 술은 어쩌다 브랜디를 조금씩 마셨다.
하지만 문제는 독선적이고 자신에게 엄격한 이런 소수의 사람에게 우리가 지배를 당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에게 술을 먹여서 의식을 잃게 하지 못하면 온 세계가 그들의 지배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숙취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위험한 독재자가 될 수 없다. 일단 숙취를 경험하면 자신이 전지전능하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고, 부하들에게 창피함을 느끼게 되어 자신의 자만심에 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만약 독재자들에게 술을 먹일 수 있다면 어제 까지의 완벽할 정도로 근엄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보통 인간이 되어 세상과 뒤섞여 싸우며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들은 독재자들의 비인간성 때문에 그들을 싫어한다. 비인간적인 종교는 종교가 아니고, 비인간적인 정치는 고통만이 따를 뿐이다. 따라서 비인간적인 생활방식은 짐승과 별다를게 없다. 우리는 온갖 도덕을 진열해 놓은 진열장이기보다는 따뜻하고 호감이 가며 분별이 있는 사람이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