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누가 황금 십자가를 공격하는가?

달빛산책012 2012. 10. 20. 14:00

 

 

1896년 7월, 시카고의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W. J. Byran)은 열변을 토했다. "민주당은 과연 어디에 설 것입니까? 돈을 가진 나태한 자본가 편입니까, 아니면 대중의 편입니까?"

 

대회장의 열기는 들끓기 시작하고 그의 마지막 연설에서 가히 절정에 이르렀다. "금본위제도 추종자들에게 요구합니다. 노동자의 이마를 가시 돋친 면류관으로 찌르지 마십시오. 인류를 황금의 십자가에 못 박으면 안됩니다."

 

Therefore, we care not upon what lines the battle is fought. If they say bimetallism is good, but that we cannot have it until other nations help us, we reply that, instead of having a gold standard because England has, we will restore bimetallism, and then let England have bimetallism because the United States has it. If they dare to come out in the open field and defend the gold standard as a good thing, we will fight the to the uttermost.

 

Having behind us the producing masses of this nation and the world, supported by the commercial interests, the laboring interests, and the toilers everywhere, we will answer their demand for a gold standard by saying to them: You shall not press down upon the brow of labor this crown of thorns; you shall not crucify mankind upon a cross of gold.

 

연설이 끝나고 2만여 청중의 박수갈채는 이변으로 이어졌다. 현직 대통령인 클리블랜드를 제치고 무명이자 36세에 불과한 브라이언이 대선후보로 뽑힌 것이다.

 

그의 연설은 지금까지 명연설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자유 은행 주의를 주창하였다. 또한, 풍부한 은을 돈으로 만들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자유로운 은화 주조권을 요구한 농민과 광산주, 그리고 서부지역의 염원을 안고 대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국, 대권을 공화당의 매킨리에게 넘겨줬다.

 

그의 패배는 당시 사회의 주도권이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넘어가고 금융시스템이 분권형과 각각의 주(州)에서 중앙집중형으로 바뀌는 흐름을 가속시켰다. 1913년 연방준비은행(FRB)법이 마련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경제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재벌 규제(트러스트 파괴)에도 그의 숨결이 담겨 있으며 20세기 이후에는 양대 정당에 그의 흔적이 전해져 내려온다. 급진적 경제정책은 민주당에, 사회적 보수주의는 공화당으로 각각 전수되었다.


 



지난 포스팅에서 지적한 대로 경제인류학자인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시장경제를 '악마의 맷돌'이라고 불렀다. 정치적, 사회적 보호막이 제거된 채 인간의 노동력이 값이 떨어지고 주택과 구매력이 황폐화해가는 작금의 시장경제 속성이 그의 경고 속에 녹아있다.

 

그의 설명을 따르면 노동력을 소유자 마음대로 처리한다면 그것을 담고 있는 인간의 육체적, 심리적 실체마저 하나의 소유물로 사회 변화에 노출되어 희생되고, 구매력 수급을 시장 메커니즘에만 맡길 때 기업은 원시사회가 홍수나 가뭄에 시달렸듯 주기적 파산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제를 전적으로 시장의 통제가 아닌 부분적으로 사회적 제약에 맡김으로써 그는 시장경제의 재앙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월스트리트는 지금 공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Occupy Wall Street!)”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월가의 탐욕과 부패에 저항하는 구호를 외쳤고 있다. 시위대들은 "상위 1% 부유층의 탐욕 때문에 99%의 사람들이 정당한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기업의 탐욕과 실업, 경제적 불평등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열심히 일했지만 파산하고 쫓겨나는 서민들의 입장을 헤아려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월가는 20조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삼키고도 여전히 탐욕의 날을 세웠다. 공화당은 정부 재정지출을 줄이라는 거센 요구를 하였지만 당장 복지와 연금을 줄인다면 서민들의 가계는 더욱 피폐해질 뿐, 사나워진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

 

그들이 흉흉한 손길로 여전히 '악마의 맷돌'을 다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악화된 여론을 무시하기엔 주시하는 눈길이 매섭다. 당분간 정부의 규제 강화도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움켜진 이익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당분간 정세를 관망하며 커튼 뒤로 숨어 지낼 것이다. 따라서 경제는 앞으로 저성장의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공멸이 아니라 상생의 경제와 공정한 세상을 꿈꾼다.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는 것은 그들 대다수가 편협하고 탐욕스럽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꼭 어떠한 확신이 있어서 엄청난 물질적 이득이나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것이 쉽고 빠른 길이었기에 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균형 잡힌 큰 그림이나 대안이 제시된다면 그들도 기꺼이 그들의 생각을 바꿀 것이다. 과거의 경험과 역사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렇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경험과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희망을 품어야 할 것이다.   


 

  

(음원제공 YouTube : Pink Floyd- Another Brick in the w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