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산책012 2012. 10. 17. 12:30

놀 / 이외수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가 그림자 지는 풍경 속에 
배 한 척을 띄우고
복받치는 울음을 삼키며 
뼈가루를 뿌리고 있다
살아 있는 날들은
무엇을 증오하고 무엇을 사랑하랴 
나도 언젠가는 서산머리 불타는 놀 속에 
영혼을 눕히리니 
가슴에 못다한 말들이 남아 있어 
더러는 저녁강에 잘디잔 물비늘로 
되살아나서
안타까이 그대 이름 불러도
알지 못하리 
걸음마다 이별이 기다리고 
이별 끝에 저 하늘도 놀이 지나니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