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로 가는 길 1. - 장정에서 훈병으로!
군대에 처음 입대할 때는 장정이라고 불린다.
부모님과 친구들을 뒤로한 채 머리를 깎고 입대하는 날, 의정부 306 보충대로 향했다. 그곳에서 2박 3일을 장정으로 지내며 신체검사를 받고 또 보급품을 지급받았다. '군대는 줄을 잘 서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어떻게 해야 줄을 잘 서는 것인지 몰랐다. 순박한 것인지, 아니면 순진한 것인지. 당시만 해도 나는 군대에 관한 상식이 전혀 없었다. 150여 명이 모여 북적이는 내무반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긴장하며 지냈다. 과연 어느 부대로 배치받을 것인지? 내무반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 분명히 먼 곳으로 갈 것이고 군용트럭을 타고 가면 아마도 가까운 부대로 떨어지리라고.
보충대를 떠나는 날 다행스럽게도 군용트럭을 타게 되었다. 트럭을 같이 타던 동기들은 이 말을 기억하고선 모두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동안 정들었던 내무반 동기들과 가벼운 이별인사를 나누었고 아직 길이 들지 않아 발에 어색한 군화를 신은 채 더플백을 어깨에 메고 제각각 트럭에 올랐다. 의정부에서 출발한 트럭은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리는 나름대로 어느 부대로 갈 것인지 자신의 상식을 총동원하여 우리가 가는 부대명을 추측해 보았다. 그러나 트럭은 말없이 계속 북쪽으로 달리기만 한다.
우리가 희망하던 서울 근교의 부대와는 동떨어진 서부전선 최북단 철책사단에 입소하게 되었다. 의정부에 있을 때만 해도 2월이지만 포근한 날씨였다. 그러나 이곳은 상황이 달랐다. 나중에 근무하고 보니 4월에도 눈이 내릴 정도였다. 사단훈련소를 들어서며 트럭 위에서 바라다보이는 훈련소 안의 풍경은, 이제 사회에서 갓 입대하는 나의 눈에는 경악 그 자체였다. 연병장에서 뒹구는, 우리보다 먼저 입소한 선배들이 다 떨어진 훈련 화를 신고 벙거지에 가까운 방한모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악에 가까운 구령을 내지르는 모습이 너무 비참해 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앞산에는 아직도 흰 눈이 쌓여 있고 매서운 찬바람만이 연병장을 가른다.
이제 장정에서 훈련병으로 바뀌었다.
트럭이 연병장을 돌아 어느 막사 앞에 다다르자 빨간 모자를 눌러 쓴 조교들이 늘어서 있었다. 우리는 달라진 환경으로 말미암아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었다. 우리가 더플백을 끌고 트럭에서 느릿느릿 내리자 조교들은 간단한 인원 점검을 하였다. 우리는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조교들의 눈치를 보며 황량한 막사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인원점검이 끝나자 조교들은 돌변하였다. 들고 있던 지휘봉을 휘두르며 우리를 누구라 할 것 없이 사정없이 패기 시작했다. 우리는 쫓기듯 조교들이 가리키는 막사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잠시 들었던 훈련소 생활의 괴로움도 조교들의 다그침에 날아가 버리고 우리는 순한 양처럼 조교들의 지시에 아무 생각 없이 따를 뿐이었다.
드디어 6주간의 지옥 같은 훈련소 생활이 시작되었다.
(음원제공 YouTube : 김민우 - 입영열차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