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유치환

2012. 10. 17. 12:00☆- 문학과 창작 -☆/아름다운 詩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쿨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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