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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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 이 생진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
2012.10.17 -
더는 갈 수 없는 세월 / 조병화
더는 갈 수 없는 세월 / 조병화 걸어서 더는 갈 수 없는 곳에 바다가 있었습니다 날개로 더는 날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었습니다 꿈으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세월이 있었습니다 아, 나의 세월로 다가갈 수 없는 곳에 내일이 있었습니다.
2012.10.17 -
너 / 피천득
너 / 피천득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 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가는 너.
2012.10.17 -
철쭉꽃 - 안도현
철쭉꽃 - 안도현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철쭉꽃이 피었습니다 열일곱 살 숨가쁜 첫사랑을 놓치고 주저앉아서 저 혼자 징징 울다 지쳐 잠든 밤도 아닌데 회초리로도 다스리지 못하고 눈물로도 못 고치는 병이 깊어서 지리산 세석평전 철쭉꽃이 먼저 점령했습니다 어서 오라고 함께 이 거..
2012.10.17 -
그대 가슴에도 눈물이 맺히는가 / 황대익
그대 가슴에도 눈물이 맺히는가 / 황대익 그대 가슴에도 눈물이 맺히는가 우리의 목숨이 파도에 젖듯 슬픔에 젖어야 생명이라 부르리 가끔씩은 무엇을 그리워하고 그리운 눈동자가 사금처럼 반짝이는 그러한 반짝임을 생명이라 부르리 아, 목숨이여 어깨를 들먹이던 숨소리까지 허리춤..
2012.10.17 -
슬픔에게 사랑을 빼앗기고 / 공복자
슬픔에게 사랑을 빼앗기고 / 공복자 잔잔한 숨결로 열정적이지 않게 당신은 왔습니다 그런 당신은 고요한 호수와 같이 있다가 폭풍우 칠 때 당신의 호수는 넘치고 말았습니다 아! 몰랐습니다 당신 속에 숨은 섬 하나 있는 줄을
201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