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2012. 10. 15. 22:00♧- 사는 이야기 -♧/영화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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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인간에게는 아주 무익한 곤충이다. 음식물 찌꺼기나 쓰레기를 넘나들며 더러운 바이러스를 여기저기 퍼뜨리는 해로운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더구나 푸른 배에 똥색을 덧칠하고 노출된 배설물에 체면과 염치도 없이 달려드는 똥파리는 그야말로 더러움의 대명사다.

 

인간세계에도 똥파리는 영락없이 존재한다. 물질 자체야 선과 악의 구별을 할 수 없지만, 그 물질을 사용하는 인간이 선하게도 하고 악하게도 한다. 그런데 그런 개념도 제대로 없는 똥파리 같은 존재는 단지 후각만으로 냄새를 맡고 어디선가 파리떼처럼 달려든다. 이런 똥파리 같은 존재를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다만 존재하기에 필요성을 이해하고 무시해도 좋은지 아니면 단호하게 파리채를 휘둘러 처단해야 하는지 무척 고민거리다. 

 

양익준 감독, 주연의 똥파리는 이미 2009년에 개봉된 작품이다. 나름대로 잘 만든 작품이고 영화가 주는 강렬한 인상이 뇌리에 박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동료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욕하고 때리며 언제나 자신의 기분 내키는 대로 살아온 깡패 상훈이 있다. 그야말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상훈이지만 어릴 적의 슬픈 상황이 그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았고 결국 그런 그를 세상에서 막살게 한 요인이 되었다. 알코올중독으로 생활력 없는 아버지는 엄마를 패고 어린 상훈도 때린다. 그런 아버지를 증오하다 못해 감옥에서 출소한, 이제는 늙어버린 아버지를 상훈이 팬다. 지난날을 후회하고 용서를 비는 아버지를 찾아가 욕하며 두들겨패는 상훈과 아버지의 관계는 슬프다 못해 처절하기만 하다.    

 

삶의 의미와 가치도 상실한 상훈은 사채업자의 행동조장이다. 빚진 이를 찾아가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돈을 받아내는 일이 그의 삶의 양식이다. 그러던 어느 날 비슷한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사는 여고생 연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자신과 시비가 붙지만,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대드는 기센 연희가 신기했던 그는 이후 연희와 가까워지며 그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껴 친구처럼 지낸다. 상훈에게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일고 새로운 평화로운 일상이 주어지지만 그는 변화를 다른 삶으로 연결할 내적 추진력이 없다.

 

 

마지막 상훈이 죽는 장면이 특히 강렬했다. 어렵게 살고 있는 채무자를 찾아가 협박하고 따라간 신입 조원인 연희의 오빠가 채무자를 폭행하자 상훈이 말린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자 상훈은 그를 때린다. 연희의 오빠가 상훈을 등 뒤에서 찌르고 결국 그는 죽어간다.

 

고전적 범죄 느와르 영화도 아니고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그렸지만 비극적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악과 폭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세를 타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국 배우 엠마 왓슨(Emma Watson)이 최근에 '똥파리'를 좋아하는 영화로 꼽아 새삼 눈길을 끌었다.

 

똥파리 같은 존재는 인간이 살고 사회가 구성되고 유지되는 한 계속 있었고 또한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나쁜 악행 즉 이기적인 욕심과 교만과 시기와 질투 그리고 폭력이 근본적으로 제거되지 않는다면 그 더러운 냄새는 세상에 지속적으로 피어오를 테고 똥파리는 열심히 그 냄새를 쫓아 달려들 것이다. 바라기는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음원제공 YouTube : 슬기둥 -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