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

2013. 2. 4. 06:51♧-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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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가끔 아이를 데리고 가는 엄마를 만나게 된다. 아이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진난만한 행동에도 사랑을 듬뿍 담은 자애로운 엄마의 눈길을 바라보다 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맑은 아침의 공기를 가르며 높게 솟은 성당의 첨탑 위에서 낭랑한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면 온몸에 청아한 기운을 받는 것 같다.
 
인적 드문 길고도 곧게 이어진 가로수 길을 차로 신 나게 달리다 보면 어느덧 기분이 상쾌해지며 푸른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이 차창을 통해 내 마음에 아로새겨진다. 어느 길에서 멋진 오픈 카를 운전하던 카이저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른 백인이 갑자기 쏟아지는 빗발에 인상을 찌푸리고 어찌할지 모르며 당황하던 모습이 왠지 오래도록 기억 속에서 나를 유쾌하게 만든다.   
 
겨울 찬 바람에 움츠리며 자랐던 푸른 잎들이 다 떨어지고 따사한 햇살이 온 누리에 퍼지자 마당 한 귀퉁이에 존재감 없이 자라던 자목련 꽃이 핑크빛 고운 꽃망울을 터뜨려 활짝 피었다. 꽃은 길을 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한 번씩 멈추게 하고 사람들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한다.
 
이 아니 놀라운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로움이 아니던가. 잊어버리고 물을 제대로 주지도 않았으며 영양분도 제때 공급해 주지 않았거늘 나무는 자연의 햇빛과 빗물만 받고 자라서 때에 맞추어 시기적절하게 저 혼자 알아서 꽃이 만개했다. 단지 조물주의 사랑만을 받고서. 
 
지난 며칠 동안 나의 몸을 괴롭게 하던 감기가 간밤에 푹 자고 일어났더니 씻은 듯이 나았다. 몸이 절로 가볍다.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니 정신의 깊은 곳으로부터 맑은 울림이 느껴지는 듯하다. 노동의 가치는 신성하고도 값지다. 자신의 육체를 부지런히 움직여 정직하게 돈을 벌고 땀 흘려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것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순백의 기쁨이다.  
 
노동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결코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그들의 눈을 보면 언제나 맑고 순수하다. 땀을 흘린 대가로 돌아오는 삯만을 바라기에 남을 해하지도 기만하지도 않는다. 반면 노동의 가치를 모르거나 우습게 아는 사람은 절대 선하지 않다. 언제나 자기 몫 이상을 바라기에 항상 탐욕스럽게 눈동자를 굴린다. 언제라도 부지런히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사람에게 기쁨과 복이 있기를.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고 달이 지나고 새날이 오면 어제의 묵은 감정은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멀리 보자. 변함없는 푸른 하늘도 어제의 하늘이 아니요, 항상 같은 자리를 흘러가는 강물도 어제의 물이 아니거늘 언제까지 비뚤어진 시선으로 곧은 세상을 재단할 수 있을 것인가. 굽이진 삶도 마음이 펴지면 다림질로 새 옷처럼 된다. 더불어서 따라오는 넉넉한 기쁨과 끝없는 행복과 넘치는 사랑은 예상 못 한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