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신화 중에 퓌라모스(PYRAMUS)와 티스베(THISBE) 스토리가 있다.
옛날 바빌로니아에 아름다운 청년 퓌라모스와 아름다운 처녀 티스베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웃하여 살고 있었는데 마침내 연인으로 발전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결혼하고 싶어했으나 부모들이 반대하였다. 그러나 두 남녀의 사랑은 점점 깊어지고 부모의 눈을 피해 매일 밤, 두 집 사이의 벽을 맞대고 사랑을 속삭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서로의 운명을 한탄하다 마을의 경계선 너머에 있는 니노스의 무덤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곳은 흰 뽕나무가 시원한 샘 곁에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약속 시간이 되자 티스베는 얼굴을 베일로 가리고 가족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빠져나와 뽕나무 밑에서 퓌라모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거기에 한 마리의 사자가 나타났다. 사자는 입가에 피를 묻히고 샘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티스베는 사자를 피해 달아나 바위틈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달아날 때 그녀는 쓰고 있던 베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자는 숲 속으로 돌아가다 땅 위에 있는 베일을 보자 피묻은 입으로 그것을 휘둘러 찢어버리고 돌아갔다.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퓌라모스는 땅에서 사자의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그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잠시후 갈기갈기 찢어진 피투성이의 베일을 본 퓌라모스는 울부짖었다.
"오, 가엾은 티스베여. 그대가 죽은 것은 나 때문이다. 그대가 먼저 가다니, 나도 그대의 뒤를 따르겠다. 그대를 이런 곳에 오도록 해놓고 홀로 방치한 내가 잘못이다." 퓌라모스는 눈물을 뿌리며 자신의 칼을 빼어 자기의 가슴을 찔렀다. 피가 샘솟듯 흘러내려 뽕나무의 하얀 열매를 붉게 물들였다.
한편, 불안에 떨던 티스베가 조심스럽게 약속 장소로 돌아왔다. 그러나 쓰러져있는 퓌라모스를 발견하자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자기의 가슴을 마구 쳤다. "오, 퓌라모스, 이것이 어찌된 일입니까. 제발 말 좀 하세요. 퓌라모스, 당신의 티스베예요. 오오, 제발 눈을 떠봐요." 퓌라모스는 티스베라는 말을 듣자 눈을 떴으나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티스베는 피에 물든 자신의 베일과 칼을 보자 상황을 판단하였다. "나의 사랑이여! 나도 당신의 뒤를 따르렵니다. 모두 나 때문이예요. 나도 당신의 사랑만 못하지 않습니다. 죽음이 우리의 사랑을 갈라 놓을 수 있었으나, 그 죽음도 내가 당신 곁으로 가는 것을 막지 못할 것입니다. 뽕나무여, 너는 우리들의 죽음을 기억해 다오. 너의 열매로 하여금 우리를 기념해 다오." 티스베도 결국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두 사람은 나중에 한 무덤에 묻혔다. 그 이후 뽕나무는 오늘날까지 검붉은 열매를 맺게 되었다 한다.
(음원제공 YouTube : Henry Mancini - Romeo & Juliet, Love Theme / A time for us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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