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7. 15:00ㆍ♧-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종루에 매달린 종이 땡그랑 울려도 어김없이 시간은 간다. 2011년 마지막 날을 가리키는 시각은 2시 20분. 이제 남은 시간은 어림잡아 10시간 남짓. 만감이 교차하는 내 마음과는 별개로 올해도 이제 과거 속으로 영영 이별을 고하고 있다.
햇볕이 따사롭게 비치는 지붕 위에는 어디선가 모여든 갈매기 떼가 말없이 날아온 남쪽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다.
반대쪽 건물 옆 가로등 위에도 모여든 비둘기는 울지 않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한 마리는 짐짓 고개를 돌려 서늘한 바람의 세기라도 가늠하려나 보다.
극장 앞에 몰려든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아가씨의 손길은 바빠지고
양처럼 순한 개 두 마리를 끌고 나온 아저씨는 여유롭게 한담을 즐기고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처 다 돌리지 못한 산타는 분수 위 푸른 하늘을 바삐 날고
끝없이 허공으로 비눗방울을 날리는 아이의 미소 속에는 무지개가 찬란히 나타났다 사라지며 꿈처럼 젖는다.
꼬불꼬불 굽어진 궤도 위를 기차는 사랑을 싣고 달리지만,
목마는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이름없는 명찰을 주렁주렁 목에 건 강아지의 눈길이 애처롭기만 하다.
빛나는 별들은 하늘에 걸리고
빨간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여전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온정을 기다리고 있다.
2012년 새해가 샌 하신토(San Jacinto) 산 정상 위로 긴 용트림을 하며 밝았다. 그러나 이곳은 아직도 겨울. 하늘과 맞닿은 꼭대기에는 겹겹이 녹지 않은 흰 눈이 두텁게 쌓여 있다.
기다리는 마음에도 웃음과 희망이 담겨 있다.
케이블카는 사람들을 태우고 정상으로 나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바깥 풍경은 가파른 절벽이 아찔함을 더하고
이곳에 세워진 표지판은 사람들을 반긴다. 간간이 부는 칼바람이 매섭다.
그래도 봄은 온다. 흐르는 계곡의 물은 외투를 벗기듯 쌓인 눈을 녹이고 졸졸졸 끝없이 아래를 향해 흘러만 간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은 밝게 빛나고 2년여의 세월을 담은 어제와 오늘은 떨리는 가슴처럼 새롭기만 하다.
(음원제공 YouTube : Simon and Garfunkel - sound of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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