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7. 15:00ㆍ♧-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프란츠 카프카는 죽었다.
카프카는 나무 위에서 죽었다. 그는 거기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에게 외쳤다. "내려와요! 내려와요! 내려와요!" 침묵이 밤을 채우고 밤이 침묵을 채우는 동안 사람들은 카프카의 말을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럴 수 없소." 그러자 사람들이 큰 소리로 물었다. "왜요?" 별들이 어두운 밤에 쏟아졌다. "그러면 당신들이 더 이상 내려오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수군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이상한 동물 같은 귀에 검은 벨벳 양복 차림으로 어두운 나무에 앉아있는 작고 병약해 보이는 사람에게 모자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나뭇잎이 무성한 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탔다. 나무 위에서 내려오기를 거부하고 나무껍질을 벗겨 내서 글을 쓴 사람을 구경하러 오느라 피곤해서 졸리던 차였다. 그의 글씨체는 섬세하고 아름답고 읽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그 책들과 그의 의지와 끈기를 찬미했다. 결국, 자신의 고독을 대단하게 여기고 싶어 하지 않는 자가 누가 있을까? 가족들은 잘 자라고 인사하고 악수하며 하나씩 흩어졌다.
이웃들과 함께 있었던 것에 갑작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따뜻한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닫히고 창가에는 촛불이 켜졌다. 멀리 나무에 올라앉은 카프카는 모든 소리를 들었다. 마룻바닥에 바스락하며 떨어지는 옷가지와 벗은 어깨 위로 펄럭이는 입술. 부드러운 무게로 끽끽거리는 침대. 그 소리들은 섬세하고 뾰족한 귀라는 조가비에 잡혀서 그의 정신이라는 넓은 복도까지 핀볼처럼 굴러갔다.
그날 밤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바람이 불어왔다. 아이들은 일어나서 창가로 갔다가 이 세계가 얼음으로 뒤덮인 것을 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작은 아이가 기뻐서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는 침묵을 가르고 거대한 참나무의 얼음을 폭파시켰다. 이 세계가 반짝 빛났다.
사람들이 발견했을 때 그는 새처럼 땅에 얼어붙어 있었다. 사람들이 그의 귀라는 작은 조가비에 귀를 갖다 댔을 때, 자기네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 Nicole Krauss 사랑의 역사 중에서
침묵했던 많은 시간들이 흘렀다. 침묵의 행간 속에서 언어가 되살아나고 몸짓이 되어 공간을 지나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그것은 작은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그러나 또한, 고통이었다. 행복했던 순간들, 고통스러웠던 많은 순간들이 조각되어 비수처럼 찔러댄다. 행복하다고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고통스럽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시간은 또 흘러가고 언어와 몸짓은 침묵이 되어 왁자지껄 소란하기만 하다.
겨울의 끝자락 요세미티에서
(음원제공 YouTube : Antonin Dvorak : als die alte mutter:Songs My Mother Taught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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