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와 함께 외할머니로 변해버린 어머니

2012. 10. 18. 16:30♧-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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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길을 나서면 좋았다.
 
동대문 전차 역에서 색바랜 전차를 타고 선로를 따라 종로를 지날 때면 전차는 어김없이 딸랑딸랑 종소리를 울렸고, 지나가던 행인들은 전차를 바라보았다. 
 
차창 밖으로 바라다보이는 화신 백화점 건물이 높아 보였고 광화문 사거리 못 미쳐 자리 잡은 보신각종은 왜 그리도 커 보였는지.
 
전차는 지치지도 않은 채 성곽 같은 남대문을 지나 서울역 앞에 다다르니 웅장한 모습이 너무도 별천지였고,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 속에 기다란 시계탑만 우뚝 솟아 있었다.
 
남영동 굴다리를 지나 원효로 전차 역에서 내리면 청파동 언덕 가 외할머니댁으로 간다. 소담한 외할머니댁 담장 너머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자라 있었다. 가지가지마다 빨간 감들이 주렁주렁 열렸고 올려다보는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기만 했다. 

 
 

10월이면 또다시 감나무에 감이 열리고 감잎은 힘없이 땅 위로 떨어지겠지. 
 
그 옛날 웃음 지며 반겨주던 외할머니는 지금 어디에도 계시지 않고 내 손잡고 길 나서던 엄마는 어느덧 외할머니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들리시나요, 할머니? 할머니 좋아하시던 곶감이라도 사 들고 어머니를 뵈러 가야겠어요.
 

 

(음원제공 YouTube : 백지영 -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