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9. 14:00ㆍ♧-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지구촌 나라 204개국에서 참가하였고 선수단 숫자만도 총 10,500명이라는 방대한 규모의 런던 올림픽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간다. 무더운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그동안 경기의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설레며 밤잠을 설친 무수한 시간이 밤하늘의 별처럼 아련한 추억이 되어 점점이 머릿속에 되새겨진다. 고대 올림피아드 평원에서 시작되었던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평화와 화합의 제전이었다.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 서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다가도 올림픽을 열기 3개월 전부터는 휴전을 선포하고 이를 어길 시에 벌금을 물렸다. 경기의 관리는 공정하고 엄격했다고 하며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에는 나라 안의 논쟁이나 충돌도 금지되었고 심지어는 집행 예정인 사형도 연기되었다고 한다.
이런 고대 올림픽을 이어받아 다시 시작된 근대 올림픽은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발의하여 1896년 4월 아테네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애초 고대 올림픽은 남자들만의 축제였다. 여자는 참가가 금지되었고 선수들은 나체로 경기를 가졌으며 신발조차 신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구속과 형식으로부터 철저히 해방된 자유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추구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한 올림픽 정신은 바로 우정과 연대이며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며 어떤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올림픽 정신은 훼손된 지 오래며 갈수록 상업 자본주의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선수들은 메달 지상주의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으며 나라 간의 국력을 뽐내는 변질된 경쟁의 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따라서 순수해야 할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은 점점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갈수록 상업화로 치달아 넘쳐나는 상품 시장의 경연장이 되어 하나의 거대한 스포츠 쇼와 다름없어졌고 애초에 표방한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은 프로 선수의 참가 허용으로 이미 퇴색되었으며 뇌물수수와 약물과 폭력으로 철저하게 얼룩져 있다. 런던 올림픽의 총 메달 수는 301개이지만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204개의 나라 중에서 1개라도 메달을 딴 나라는 겨우 68개 나라에 불과하다. 더구나 금메달을 딴 나라는 불과 50개 나라에 국한된다. 한국을 포함하여 상위 순위 5개국이 총 메달의 약 반이 되는 145여 개의 금메달을 휩쓸고 있으며 1, 2위인 미국과 중국이 차지한 총 메달 수를 합치면 190여 개로 총 메달의 60%나 되는 편중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의 선수단을 보내는 나라들은 금메달 따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으며 그나마 메달이라도 하나 딴다 치면 그날은 바로 국가의 경사요 축제일이 되고 있다.
한국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이후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참가 28년 만에 비로소 레슬링의 양정모가 처음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당시 경기 실황을 중계하던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감격과 흥분으로 떨렸었고 온 나라가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고 호외가 발행되었으며 신문은 양정모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하였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본인은 그 후 명동에서 양정모를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단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만났었다는 이유만으로도 흥분되고 알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맛보았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 숫자만도 100개를 넘어섰다. 이제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그 의미를 돌아볼 시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올림픽이 열려 경기가 벌어지는 순간순간마다 온 나라가 들썩이고 금메달 획득 여부에 생업을 팽개친 채 모든 관심사가 집중되는 현상은 탈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너무 많은 관심이 쏠리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각종 사이비 언론이 판치고 자격 미달의 찌라시 기자가 수준 이하의 기사를 남발한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본인의 이름을 걸고 쓰는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맞춤법은 고사하고 논리도 맞지 않는 기사가 넘쳐난다.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본인의 기사는 한 번 작성하면 다시는 절대 검증하지 않는가 보다. 더불어 본인 또는 소속된 회사의 영리를 추구함인지 상업적이고 편파적인 기사도 도를 넘어섰다.
사실 올림픽은 진한 감동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휴머니즘이 있으며 불굴의 의지로 무장한 선수들의 활약에 모든 사람이 빠져들었고 또 울고 웃어왔다. 체조 양학선 선수의 스토리가 그렇고 남아공의 의족 육상선수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가 그렇다. 부족한 한국 수영을 개척한 박태환은 한국인의 영원한 우상이 되었고 펜싱은 특별한 이야기를 남겼다. 그렇지만 기사를 도배했던 리듬체조는 솔직히 감동도 없었고 무슨 연유로 다른 종목을 제치고 그리도 많은 기사가 넘쳐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예쁘고 깜찍한 손연재 선수야 흠잡을 데 없지만, 처음부터 메달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단지 본선 진출만을 노렸다 하니 이제 막 태동하는 한국 리듬체조가 한국 스포츠와 올림픽 사에서 얼마만 한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몰라도 과도한 감을 지울 수 없다. 다른 많은 비인기 종목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당부하던 언론이 다른 종목의 관심을 돌린 채 손연재 선수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또 무엇을 말하는지? 확인되지 않은 설에 의하면 손연재 선수의 매니지먼트 회사가 대통령의 사돈이 운영하는 회사라서 그렇다는데 제발 그런 이유가 아니길 바란다.
구기종목은 특성상 개인 종목에 비해서 더 많은 국민적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축구는 더욱 그렇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보여준 한국의 저력은 모든 국민을 하나로 모아주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이번에도 한국 축구는 올림픽 출전 64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따게 되었다.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이 없다. 특히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하게 되어 커다란 의미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경기 후에 박종우 선수가 펼친 '독도는 우리 땅' 세레모니가 일본의 이의제기로 박종우 선수는 시상식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되었고 메달도 박탈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올림픽 헌장 제50조에 의하면 '올림픽 경기장이나 관련 시설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선전활동을 금지하고 있고 위반 시에는 해당 선수의 실격이나 선수 자격취소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한다.
그러나 과연 그 행위가 정치적인 목적이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IOC가 과거 벌였던 행위를 살펴보면 웃음도 나지 않는다. 과거 IOC 위원장이었던 에이버리 브런디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표단에게 아파르트 헤이트와 관련된 이슈를 건드리고 반유대정책을 함으로써 비난을 받았던 사람이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 때는 족벌 정치와 부패로 비난받았고 또한, 사마란치는 스페인에서 프랑코 정권에 협력했다는 것도 정설이다. 1998년에는 몇몇 IOC 위원들이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미국을 올림픽 개최지로 뽑아달라는 뇌물청탁을 받았다는 것이 폭로되기도 하였다. 1956년 하계 올림픽에서는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가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항의해 참가를 거부했다. 캄보디아, 이집트, 이라크, 레바논은 제2차 중동 전쟁 때문에 보이콧했다. 1972년과 1976년 올림픽에는 많은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짐바브웨에서 일어나는 인종 차별정권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올림픽 참가를 거부했다. 대만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참가를 보이콧했는데, 이유는 중국이 몬트리올 올림픽 조직위원회에게 대만을 '중화민국'의 이름으로 참가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1980년에 열린 모스크바 올림픽 때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미국을 비롯한 65개국이 불참했고 1984년에 열린 L.A 올림픽 때는 루마니아와 유고슬라비아를 제외한 소련과 동유럽의 14개 국가가 올림픽에 불참했다. 매수와 뇌물 각종 정치적인 문제에서 절대 자유롭지 않은 IOC가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본다. - 위키백과 '올림픽의 역사' 참조
IOC는 손도 까딱 않고 올림픽 심벌로부터 얻는 모든 권리와 수입을 독차지하고 있다. IOC는 또한, 올림픽 스폰서와 중계권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수입의 일정 지분도 가져가고 있다. 이런 IOC가 일본의 얍삽한 압력에 휘둘리고 여러 오심으로 울분에 찬 한국에 마지막으로 돌을 던지고 있으니 가히 한국민의 심정은 폭발할 지경이다.
한국인이 냄비 근성이라는 것은 과거 찌라시 기자들이 할 일 없이 만들어낸 말이다. 원래 근성이라는 말의 뜻은 사전에서 보면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성질'이라고 나와 있다. 거지근성, 노예근성, 속물근성 등 나쁜 의미로도 쓰지만, 승부근성 등 좋은 의미로 쓴다. 빨리 식듯이 어떤 일이 있으면 흥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한국인의 성질로 나쁘게 활용하지 말고 정 많고 응집력 있고 뛰어난 한국인의 특성을 살려 체계적으로 국력을 키우고 냉정하게 사리를 판단해서 한국을 질시하고 견제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힘있게 본때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과거 좌우의 심한 싸움에서 소위 회색지대로 불리는 중간층은 양쪽에서 심한 질타를 받았다. 내 편도 아니고 상대편도 아니니 빨리 자기편으로 붙으라는 논리다. 그러나 모든 일이 흑백으로만 갈리는 것이 아니다. 또한, 흑백 싸움은 토론을 무시하고 속칭 몰빵, 올인 같은 전체주의의 개념만을 양산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끼리 좌우의 소득 없는 싸움질을 그만두고 단시일에 세계의 일등 국가로 도약한 한국인의 저력을 살려 앞으로 굳게 정진해 나가야 하겠다.
(음원제공 YouTube : Beatles-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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