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 걸지도록 미쳐 돌아가는 세상

2012. 9. 14. 21:01♧-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세상이 점점 미쳐가고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다. 아마도 빙빙 돌아가는 지구의 빠른 회전력에 머리가 심하게 흔들려 온전한 정신을 찾지 못하는듯하다. 원래 지구의 중심축이 약간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으니 어쩌면 애초에 중심 잡기는 난감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표면 상에 발을 딛고 사는 인간들은 다시는 실족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의 역사에서 살펴보면 그 어느 시대에도 상상하지 못했고 언감생심 누리지 못했던 현대문명의 총아라는 컴퓨터를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하고 오직 여성의 인체 공부에만 매진하는 몽매한 남성들은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그들의 욕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지역 불문 인종 불문 연령 불문할 것 없이 그들이 사는 주변에서 시도때도없이 무시로 여성들을 공격하며 짓밟고 있다. 과연 그들의 이기적 욕구 때문에 수많은 여성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누구랄 것 없이 모두 소중한 목숨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것이 어디 정상적인 일인가.

 

감히 고백하자면 예전 80년대 이전 한국에서 중고등학교에 다녔던 남성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한창 양기가 왕성하여 주체할 수 없었던 시절의 질풍노도 세대들은 친구들이 가져와 학교에서 몰래 돌려 보던 속칭 '빨간 책'이란 것이 그 시절의 욕구를 푸는 해소책의 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출처를 알 수도 없는 찢어지고 손때묻은 허름한 잡지에서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한 금발의 미녀들이 적나라한 나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는 잘 몰랐지만 Playboy 같은 잡지나 그 비슷한 부류의 일본 도색잡지가 아니었나 싶다. 치기와 궁금증으로 힐긋힐긋 보면서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탄식하며 그렇게 그 시기는 흘러갔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었다.

 

궤도에서 일탈하고 공존하는 사회 안에서 언제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 시절이라고 성범죄자가 없었겠는가. 다만 도덕과 상식과 그리고 빈도수의 문제이다. 지금처럼 무차별적으로 시간과 관계없이 곳곳에서 성폭력이 벌어지고 범죄자의 나이가 1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게 그 찬란한 스펙트럼을 보인 적은 없었다고 본다. 너나 할 것 없이 치미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충혈된 눈으로 발정 난 개처럼 무작정 거리로 나서는 정신이상자가 갑자기 늘어났거나 성도덕이 땅에 떨어져 문란해진 현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고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아마도 인터넷 공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속칭 '야동'이 이런 원인의 한 축을 제공하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점점 빨라지는 IT 기술의 발전 속도와 비례해서 그 풍성한 혜택을 온전히 컴퓨터 책상 앞에서 누리고 몰입하며 탐닉하는 남성들의 도덕성은 심하게 마비되며 점점 이성을 상실한 개가 되어가고 있다. 신분 고하 연령과 인종을 초월한 진정한 온 남성의 동질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어제 하루 만에도 신문 지상의 기사를 보면 20대의 자매 살인 사건 30대의 여성 납치 사건 40대의 아동 성추행 사건 70대의 60대 여성 성폭행 사건 등 타이틀만 읽어도 머리가 무지근하게 지끈거려 온다. 시류에 걸맞게 각종 사이트는 단지 영리적 목적을 위하여 클릭 수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성을 상품화한 여자들의 벗은 몸 사진이 홍수에 개울물 넘듯 넘쳐난다. 끊임없이 화수분처럼 쏟아져나오는 화장실 몰카와 치마 속 촬영은 이제 범죄 축에도 끼지 못할 지경이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양심은 멀리 사라지고 도덕성은 그야말로 개나 물어갈 수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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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동산에서부터 어그러진 인간의 본성은 아벨을 때려죽인 카인의 범죄로 이미 치열함의 극을 달했기에 세대를 거슬러 내려와도 이 세상에서 달리 어찌할 수 없는 원초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그렇기에 고심하는 인간의 고뇌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하여 베풀어졌다. 그러나 값없이 주어진 은혜를 진정한 사랑으로 승화시킬 각자의 몫이 따름에도 그야말로 너무도 값싸게 얻었기에 돼지처럼 진창에 던져버리고 만다.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인가.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 이념과 주의가 판친다. 때로는 소스라치게 맹목적이다. 맹목은 무슨 뜻인가. 진정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을 바라보지 못한다. 허점투성이다. 보이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과연 스스로 목숨을 걸을 만큼 철저하고 완벽한 이념이 존재하였던가. 본말이 전도되고 단지 형식이 내용을 지배할 뿐이다. 

 

신중하지 못하게 어찌 보면 개념 없이 만들어진 영화 한 편으로 아랍권 사람들은 지금 광분하고 있다. 그 대가로 상대방은 적이 되어 적은 동지가 아니므로 너무도 가볍게 사람이 죽어나고 또한, 당한 상대방은 복수심에 불타 전의를 불사른다. 한 번 잘못 꿰어진 단추는 지속해서 불협화음을 내며 불필요한 살상을 되풀이한다. 온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살기는 어렵다면서도 원수를 향한 증오심에 눈이 멀어 허망한 전쟁을 한다. 과연 인간이 인간답게 인권을 존중하고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서로 도와가며 사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문제일까.

 

자신을 위해 일해준 종업원의 임금을 착취하고 그동안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종업원의 손목을 잘라버리는 무정한 사업주가 판치는 인도에는 대로에서 너무도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는 소가 오수를 늘어지게 자고 그 위로는 이름도 모를 수많은 신들이 하늘에 떠서 지상의 사람을 영영이 옭아매고 있다. 과거 청계천과 구로 공단에서 날밤을 새우며 돌아가던 미싱 소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빅 브라더의 환영 속에 돼지 엉덩이에 엉거주춤 깔린 채 여전히 건재하고 소외된 영혼은 군중 속에 외롭게 떠있는 섬과 같은 존재로 오늘을 산다. 구원은 현재 진행형인가. 아니면 이미 한물간 빽 판 위의 스크래치로 앞으로 가지 못하고 계속 그 자리에서 튀는 바늘이 내는 듣기 싫은 소음일 뿐이던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타고난 재능과 자신만의 색깔로 승부를 내던 김기덕 감독의 수상 소식을 듣고 그나마 좋았던 기억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유튜브에서 찾아 다시 보았다. 확실히 재능은 엿보인다. 메시지도 있고 나름대로 뚜렷한 색깔도 있다. 하지만 아쉽다. 가을까지는 좋았으나 겨울은 미진하고 마지막 봄은 차라리 빼버렸으면 좋았겠다. 세상이 미쳤다고 반드시 엽기적으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추종 매니아는 있을지언정 모든 이의 공감을 사는 보편타당한 코드는 아니다. 겨울을 과거로 돌려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담는 것이 정서에 맞다. 희망마저 없다면 사람이 세상을 사는 의미를 어디에서 찾으란 말인가.                                 

 

(음원제공 YouTube : Farewell - Spring, Summer, Fall, Winter...and Spring -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