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3. 07:00ㆍ♧-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딱정벌레목(Cleoptera)은 곤충의 종 가운데 40%인 35만여종을 차지하는 목이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까지 하면 500만~800만여종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에는 약 8,000여 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먹는 먹이도 다양해서 진딧물, 토마토, 가지 등의 가지과의 식물의 잎, 송사리등의 작은 물고기, 달팽이, 나무의 즙, 작은 곤충, 깍지벌레등 매우 다양하다. 딱정벌레목에 속한 곤충으로는 무당벌레,딱정벌레,길앞잡이, 물방개, 장수풍뎅이등이 있으며 대부분이 두꺼운 키틴질로 된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어서 갑충으로도 불린다.
어느날 딱정벌레가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열린 창틈으로 들어왔나보다. 호기심이 생겨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딱정벌레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벗어난 생소한 환경에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머뭇거린다. 아마도 적이라도 없는지 살펴보았으리라. 잠시후 결정을 내린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적을 피해 어디론가 몸을 숨겨야했다. 그러나 사방은 넓다. 마땅히 갈 곳은 없다. 그래도 가야 한다. 딱정벌레는 방안의 모서리 벽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조심스럽게 시작된 발걸음은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느꼈을까? 곧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보이지않는 끝을 향해 무조건 달렸다.
비닐 장판의 딱정벌레 어디로 가는지 알까
아마 모를 거야 먹이 찾아 제 짝 찾아
제 발걸음도 잊은 채 평생 헤맬 거야
그리곤 죽어 흔적도 없이
슬퍼하지 않으면서 딱정벌레 한 마리 기어가네
김창완이 노래한 '비닐 장판의 딱정벌레'는 딱정벌레가 자신이 갈 곳도 모른 채 헤맬거라고 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의 한 단면을 묘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태어나서 먹고 일하고 잠자다 결국 가는 곳도 모른 채 죽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삶의 의미도 없이 그냥 살다가 죽는다면 너무 허무하다. 제 발걸음도 잊은 채 평생 헤맬거라고 했다. 단지 움직임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 아니면 본능적인 짝을 찾기 위함이라면 결국 삶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종족번식을 위한 존재가치밖에 없는 것인가.
비슷한 제목의 인순이가 노래하는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도 맥락은 비슷하다.
이봐요 에레나 무얼하나
종일토록 멍하니 앉아 어떤 공상 그리할까
시집가는 꿈을 꾸나 돈 버는 꿈을 꾸나
정말 에레나는 바보같아
오늘 하루 이런 난리 딱정벌레야 너는 아니
외롭고, 슬프고 힘든 삶이 기어가는 딱정벌레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호소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딱정벌레도 삶이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연약하고 불투명한 미래가 기다릴 뿐이다. 서로가 닮았다. 자신보다 힘세고 호전적인 존재에게 차이고 채여 막다른 지경에 이르러 더이상 갈 곳이 없을 때, 무의식적인 마지막 몸부림도 소용이 없다고 스스로가 느낄 때 다만 허탈하다. 외로움의 골이 깊다.
그러나 우리네 삶이 항상 이렇게 딱정벌레와 같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유추하고 과거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사고란 것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불행한 상황하에서도 우리에게는 소중하게 희망이란 것을 품을 수 있다. 우리가 소망하는 바를 향해 현실이 괴로워도 열심히 믿음을 가지고 달릴 수 있다. 만약 그것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면 부정할 수 없이 딱정벌레와 같은 삶이 되리라.
딱정벌레는 3차원적인 공간에서 열심히 달리다가 자신을 주시하는 사람의 눈길을 의식할 수 있을까? 4차원적인 먼 시간적 공간에서 자신의 족적을 쫒는 존재를 과연 의심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을까? 딱정벌레가 믿든 안믿든 관계없이 나는 나의 품안으로 달려든 딱정벌레를 내치지않고, 멀치감치서 지켜보며 딱정벌레에게 닥치는 위험으로 부터 딱정벌레를 보호해 주었다. 딱정벌레는 나의 호의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느낄것인지.
우리의 삶도 이런 것이 아닌지. 아! 다만 스스로가 깨우칠 일이다. 생각해 보면 감사한 삶이다. 딱정벌레와도 같은 삶을 벗어나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 되리라. 우리에게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는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뒤집혔다면 그 자세로 바라보지 말고 씩씩하게 일어나 다시 달려야 할 것이다.
(음원제공 YouTube : 인순이 & 김창완 - 비닐장판 위의 딱정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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