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3. 07:00ㆍ♧-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어젯밤 꿈을 꾸었다.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한동안 내 곁에 머물다 너풀너풀 하늘로 날아오른다. 잠을 깨보니 순간 울음이 복받쳐 올랐다. 그렇게 형은 떠났다. 한마디 말도 없이. 순백의 영혼 되어 먼 길을 떠났다.
이제 내 마음에 강물이 흐른다. 강가에 서서 흔들리는 갈대를 바라보았다. 바람에 누운 갈대는 무심히 흔들리고 나는 형을 잡지 못한 채 다만 그리움에 떠나보낼 뿐이다.
서산에 비켜 걸린 조각 달빛은 어느덧 바람이 갉아먹어 시리다 못해 푸르기만 하다. 형은 벌써 강 저편에 있고 나는 이편에 서 있다. 강물은 우리를 가르고 다만 형을 목놓아 부른다. 지나가던 밤새 소리가 고요하던 적막을 깨고 이제 형의 모습은 간 곳 없다. 나는 단지 삶으로 돌아간다.
바라보던 밤하늘에 별들이 무던히도 쏟아지고 모깃불 올려진 평상 위에서 더위를 쫓던 여름날도 밤나무 가지 아래 토실토실 벙글던 밤송이가 무성하고 뒷동산 풀벌레 소리 서늘하던 가을날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날은 세월 속에 사라지고 형은 가슴 속에 남았다. 나무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어 그 자리를 지키고 강물은 머물고 싶어도 머물 수 없어 흐른다.
굽이진 산길을 돌아 형을 따라나섰지만 길은 멀고 끝도 보이지 않는다. 재너머 보이는 저 길 끝나면 안개 낀 숲길 사이로 푸르른 포도송이 영글고 뽀얀 속살 드러낸 복숭아 꽃이 만발한 동산에 이를 것인가. 그러나 이 길이 끝나면 또 다른 길이 이어질 뿐이다.
나는 두려워 돌아선다. 삶은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사라진 별을 가슴에 품고 산길을 돌아 형을 떠나보낸다. 이제 어깨 위에 드리웠던 삶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고 부디 평안을 누리소서.
(음원제공 YouTube : 조동진 - 작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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