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역에서 / 정호승

2012. 10. 17. 12:30☆- 문학과 창작 -☆/아름다운 詩

강변역에서 / 정호승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산에서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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