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8. 11:00ㆍ♧- 사는 이야기 -♧/역사와 예술
9세기 발트 해와 흑해 그리고 카스피 해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는 슬라브 인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다. 이 중에서 자신을 루시(여기서 러시아라는 영어식 국명이 유래했다.)라고 부르는 동 슬라브인이 노브고로드 공국(현재의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 사이 지역)을 건국한 것이 러시아의 첫 국가이다. 그 뒤로 현재의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를 중심으로 키예프 공국이 세워졌다.
10세기 말에는 키예프의 통치자인 블라디미르 공이 자신의 일족에게 영지를 분배해 봉건제를 실시하고, 토착 세력을 억압하면서 왕권이 크게 강화되었다. 블라디미르는 동로마 제국(비잔틴 제국) 바실레이오스 황제의 누이동생과 결혼해 동로마의 동방 정교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988년 키예프 사람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모두 드네프르 강으로 들어가 세례를 받았다.
13세기 이후 루시 세력은 몽골의 침입을 받아 최대의 고난을 겪었다. 칭기즈칸의 손자인 바투가 이끄는 몽골군에 저항하던 모스크바를 비롯해 키예프, 라잔, 블라디미르 등 루시의 영역 대부분이 함락되어 몽골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유럽인들은 무자비하고 강력한 몽골족을 '지옥에서 솟아올라 온 인간들'이라는 뜻을 지닌 'ex tartaro'라고 불렀고 루시들은 '타타르'라고 했다. 260년 동안의 몽골족 킵차크 칸국의 지배를 러시아 역사에서는 '타타르의 멍에'라고 부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킵차크 칸국의 지배를 받는 동안 모스크바 공국은 점차 성장해 나갔다. '돈주머니 이반'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반 1세 때 막대한 금은보화를 킵차크 칸국의 칸과 그 가족들에게 바치고 신임을 얻게 된 이반 1세는 '블라디미르 대공'이라는 작위와 함께 킵차크 칸국 안에서 몽골족을 대리해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엄청난 특혜를 얻어낸 것이다. 다른 루시 지역에서 요령껏 세금을 거둬 일정액만 바치면 되었기에 중간에서 마음껏 차액을 챙길 수 있었다.
모스크바 공국은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교회 대사제의 공관을 키예프에서 모스크바로 옮겨왔다. 또한, 군사력도 차근차근 키울 수 있었다. 마침내 루시들은 1380년 9월 모스크바 대공 드미트리를 중심으로 10만 연합군을 결성하여 킵차크 칸국의 13~15만 대군과 돈강에서 격돌하기에 이르렀다.
양측에서 엄청난 사상자가 나오는 혈전 끝에 루시 연합군이 결국 승리했다. 드미트리는 이 승리로 '돈강의 제왕'이라는 의미를 지닌 '돈스코이'라는 칭호를 갖게 되었다. 루시들은 이 전투를 계기로 점차 몽골족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 뒤 1502년 모스크바 공국의 이반 3세가 킵차크 칸국을 완전히 멸망시켰다. 이반 3세는 동로마 황제의 후계자로 자칭하면서 스스로를 '차르(로마 황제를 상징하는 Caesar의 러시아식 표현인 Tsar)라고 불렀다. 동로마 제국의 국가 상징이었던 쌍두 독수리도 이때부터 러시아 제국의 문장이 되었다.
-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현재 러시아는 면적 1,707만 평방킬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다. 9만 9,000평방킬로미터인 한국 남한의 거의 180배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다. 구소련의 해체 뒤 카자흐스탄 등 15개 연방공화국이 독립해 떨어져 나간 뒤에도 이처럼 크다.
17세기 말 러시아는 표트르 1세 때 서구화로 국력을 크게 강화해 대대적인 영토 확장에도 성공했다. 숙원이었던 서쪽 발트 지방을 획득하고 대양 접근로를 열었으며 시베리아 경영 등 동방 진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8세기 후반 등극한 여제 예카리나 2세도 영토 팽창에 적극 나섰다. 2차례에 걸쳐 오스만 제국과 싸워 크림 반도 등 흑해 연안을 차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대제국화는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진행되었고 시베리아의 철도망과 도시의 건설에 필요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국내 정치범을 양산한 뒤 유형을 보내는 만행이 장기간 지속되었고 외국인 포로들도 야만적인 강제노동에 희생돼야만 했다. 제정 러시아는 물론 스탈린 시대 소련에서도 이런 행태는 만연했다. 그들의 도시는 눈물과 시체 위에 건설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음원제공 YouTube : Sergei Trofanov - Mold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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