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공화국

2012. 10. 18. 11:00♧- 사는 이야기 -♧/역사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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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Esquire)'에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이라는 용어가 실렸다. '바나나 공화국'이란 자국민의 이익보다는 자국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정권을 경멸적으로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자메이카, 파나마, 콜롬비아, 벨리즈, 그라나다 등은 바나나나 커피 같은 1차 상품이 국가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주로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이 나라의 농업을 좌지우지한다. 미국 행정부와 미국 기업의 로비에 넘어간 각국의 지배 세력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 기반시설 통제권을 미국 기업에 넘기고 노동자들의 시위나 파업을 잔인하게 진압했다.

 

특히 중남미 국가들에게 이런 비극을 안겨준 장본인은 유나이티드 프루트(United Fruit Company, UFC)를 비롯한 미국의 바나나 회사들이었다. 1960년 쿠바 통치자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를 끌어내리기 위해 미국이 피그만(Bay of Pigs)을 침공했을 때 함대를 제공한 기업이 유나이티드 프루트다. 1946년 기준으로 이 회사가 중남미에 소유한 농지는 40만 헥타르(ha, 축구장 40만 개 넓이)에 달했다. 유나이티드 프루트는 1898년 쿠바에 진출한 이래 부패한 군벌 세력들과 결탁해 꾸준히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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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온두라스 정부가 미국인 소유 철도를 국유화하려 하자 미국은 온두라스에 병력을 투입해 이를 저지했다. 이때 자금을 댄 유나이티드 프루트는 그 대가로 철도 건설권과 바나나 경작권을 얻어냈다.

 

유나이티드 프루트는 1954년 과테말라의 전화 부설권, 철도 건설권, 항구 건설권, 그리고 엄청난 농지를 획득했다. 그해 6월 미국과 바나나 회사들의 압력에 굴복해 하코보 아르벤스(Jacobo Arbenz) 대통령이 사임하자 바나나 기업들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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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12월 6일 노동조건을 개선해 달라며 한 달 동안 파업을 벌인 콜롬비아의 바나나 노동자들을 향해 정부군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노동자 2,000명이 죽었다. 콜롬비아의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Garcia Marquez)는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바나나 학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을 상세히 묘사했다.

 

1932년 유나이티드 프루트는 파업에 참여한 온두라스의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하고 주도자를 암살했다. 칠레의 민중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유나이티드 프루트의 악행을 고발하는 시 'United Fruit Co.'를 썼다. 온두라스의 라몬 아마야 아마도르(Ramon Amaya Amador)는 어린 시절 스탠다드 프루트(Standard Fruit: Dole의 전신)의 바나나 농장 근처에서 자랐고 농장에서 일하다 사회주의 활동가로 변모했고 1950년에 바나나 농장의 노동 착취를 고발한 소설 '녹색 감옥'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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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식민지라는 고난의 역사에 이어 독립 이후에도 독재와 미국의 제국주의적 착취를 겪어야 했던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보다 현실 참여적이고 민중 지향적인 빼어난 문학가, 예술가들이 많이 나왔다. (소설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바나나 공화국'이란 단순히 중남미(특히 중미) 국가들을 지칭하는 표현이 아니라 자국민의 복지보다는 소수 지배층과 자본가의 이윤 취득을 위해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의 입김에 동조하는 모든 정부를 가리키는 말로 바뀌어갔다.

 

-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음원제공 YouTube : green fields - Brothers f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