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참외인가 참외라서 외로운가?

2012. 10. 27. 00:30♧- 사는 이야기 -♧/삶을 말하다

 

황량한 나뭇가지에서는 외기러기의 울음소리만 구슬프게 들려오고

 

창밖은 고요히 달빛만 비끼건만 한스레 외로이 병풍에 기대어

누각 밖의 외기러기 울음만 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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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허전하고 괴로운 심경을 글로 외롭게 표현한 듯싶다. 여기서 나온 외기러기처럼 '외'라는 의미는 둘이 아닌 혼자라는 뜻이다. 복수의 의미가 있는 '쌍'과 대치되는 말이다.

 

보통 참외는 외라고도 한다.

 

참외를 사전에서 찾아볼 것 같으면

 

박과에 속한 한해살이 덩굴풀로서 줄기에는 털이 나 있고 땅 위로는 덩굴손을 내어 뻗으며 자란다. 잎은 손꼴로 얕게 갈라지며, 잎자루는 길고 어긋맞게 난다. 6~7월에 노란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암수 따로 피고, 녹색, 황색, 백색의 달고 향기로운 타원형 열매를 맺는데 그 거죽은 반들거리며 속에 씨가 많이 있다. 인도산 야생종에서 개량된 것으로, 예부터 밭에 심고 가꾸어 열매를 먹었다. 학명은 Cucumis melo var. makuw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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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석 유영모 선생의 제자인 박영호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보통 외는 마디 하나에 꽃이 하나씩만 핀다. 다른 식물은 대개 쌍으로 꽃이 피어 열매도 쌍으로 달리는데 박과 식물만은 홀로 꽃 피니 열매도 하나뿐이다. 사과도 배도 대추도 감도 곁의 놈에게 의지하건만 외만은 아니다.

    

영어로도 참외는 'me-lon(e)'이라고 하는데 보통 미국에서 말하는 melon과는 약간 생김새도 다르고 맛도 다르지만 통상 비슷한 참외라고 말할 수 있다. 한자로도 외로울 고(孤)는 아들 자(子)와 참외 과(瓜)로 이루어져 있기에 혼자라는 의미에 외라는 과일이 모두 공통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사람들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살아도 사물을 인식하는 기본 의식은 아마도 비슷한 모양이다.

 

참외의 '외'를 주목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재미있게 글로 쓰고 외롭다는 의미를 현대적 의미와는 달리 고전적인 의미를 새롭게 밝히며 잔잔하게 풀어 간 '오래된 이야기 연구소'의 김서령 대표의 '참외는 참 외롭다'에서 약간의 글을 발췌해서 여기에 올렸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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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뿐만이 아니라 박과 식물은 오이가 있고 호박도 있고 둥그런 박도 있다. 가을 무렵 옛날 초가지붕에는 둥근 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도 커다란 박을 톱질하는 장면이 나온다. 박은 여러모로 유용한 식물이다. 박을 심어 열리면 바가지도 만들고 부엌에서 쓰는 여러 다양한 그릇도 만든다. 보름달 아래 지붕 위에 걸린 박을 보면 왠지 넉넉한 마음이 든다. 어쩌면 박은 가난한 시절 그나마 심적으로 풍요로운 상징이었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동의보감에서는 참외가 진해(鎭咳), 거담작용(祛痰作用)을 하고 풍담, 황달, 수종, 이뇨에도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참외는 성(性)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서 갈증을 멎게 하고 번열을 없애며 소변이 잘 통하고 입과 코의 부스럼을 잘 다스린다고 알려졌다.

 

박은 섬유질이 풍부하고 칼슘, 철, 인 등의 각종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어 임산부나 노약자에게 좋은 식품이고 특히 박에 잇는 베타카로틴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기능이 탁월하다고 한다. 또한, 박은 몸의 열을 내리는 찬 성질이 있다. 그래서 몸을 정화시키고 다이어트나 숙취 해소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박은 음식의 기름기를 분해하는 성질이 탁월해서 옛날 궁중 요리의 탕 종류에는 모두 박이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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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유용하고 탐스러운 열매가 열리기까지 얼마나 길고 곤고한 시간이 필요했을까. 그동안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맞고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 볕을 이기며 새벽녘의 찬 서리까지 받으면서 홀로 길고도 험난한 세월을 견뎌왔을 것이다.

 

외롭다는 의미는 홀로 고독하고 외롭다는 뜻이지만 단지 외로움이 외로움으로만 그친다면 열매로서의 가치는 퇴색될 것이다. 황금빛으로 번들거리는 열매가 성숙되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외로움을 이겨내고 각종 고초를 겪으며 더욱 강건한 모습으로 태어나 성숙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만 진실로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자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표가 밝힌 외롭다는 진정한 의미는 고전적 의미로도 당당하게 홀로 섬을 선택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동감하며 바른 해석이라고 본다. 스스로 당당해질 수 있어야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이겨내고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극복해 내며 설익은 자신감이 아니라 높은 자존감을 지켜내며 바르고 정당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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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youtu.be/_caMFTkq-z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