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3. 13:00ㆍ☆- 문학과 창작 -☆/소설이 걷다
매일 죽는 남자
어른이 읽는 동화 - 옆집 아저씨가 들려준 별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기
옛날 옛날 아주 옛날 호랑이가 왼손 검지로 담배를 꼬나물던 옛날에 아주 지독히도 불운한 사나이가 살았습니다. 그 사나이는 자신이 불운한지도 모르는 그런 사내였기에 그는 더욱 불운하였습니다.
사나이가 기억도 못 하는 3살인가 4살인가 하던 꼬맹이 시절에 그는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다 높은 사다리를 보고, 제가 무슨 커다란 콩나무를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가 모험을 벌이는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잭처럼 사다리를 타고 오르다 그만 실족하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비행하다 떨어져 이미 하늘의 무서움을 경험한 그는 그 후로 고소공포증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꼬맹이가 7살이 되던 해 친척들과 여름에 뚝섬으로 물놀이를 가게 되었습니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후 정신 좀 차렸나 했더니 아직도 정신을 덜 차렸나 봅니다. 꼬맹이는 어른들이 모두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 백사장 그늘 가에 늘어져 있을 때 그도 같이 어른들과 늘어져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또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다 개헤엄도 못 치는 놈이 물속으로 겁도 없이 혼자 들어갔다 빠지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양팔과 양다리를 흔들며 허우적거려도 자꾸만 깊은 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자 그는 '아 이제는 제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체념하자 신기하게도 몸이 가벼워지며 물 위에 떠오르고 결국,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가 10살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그는 제법 키도 크고 학교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는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이제는 헷갈리게 초등학교라고 하라네요. 아무튼, 3학년 초봄에 노란 개나리꽃이 막 영글던 무렵 그해는 아직도 날씨가 쌀쌀하였습니다. 그래서 연탄불을 계속 때고 살았었는데 어느 날 냄새도 연기도 없는 연탄가스가 자는 그의 가족들을 소리 없이 덮쳤습니다. 온 가족이 단체로 조용히 하늘나라로 갈 기회를 그의 어머니가 막았습니다. 어머니가 먼저 깨어나 머리가 띵한 채로 정신없이 자는 그를 한사코 깨웠습니다. 모두 찬바람 도는 마당으로 나가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한 사발씩 벌컥벌컥 마시고 겨우 살아났습니다.
불운의 그늘은 걷히지 않고 아직도 그를 진하게 덮고 있었나 봅니다. 여차여차하여 4학년 무렵에 산꼭대기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산꼭대기 집이라 전망은 끝내주고 멋진 야경도 공짜로 감상하게 되었었지만, 기분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데는 어느 시절이나 꼭 양아치 같은 놈이 살게 마련입니다. 덩치도 좋고 고등학교에서 투원반을 하던 삐뚤이란 놈이 그를 갈구었습니다. 삐뚤이란 별명은 무슨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입이 약간 삐뚤어져서 붙여진 별명인데 그놈이 입으론 실실 웃으면서 노려보면 실로 오금이 저릴 정도입니다.
어느 날 그가 걸어가는데 삐뚤이가 그를 불렀습니다. 그가 따라오라는데 안갈 수 없었습니다. 삐뚤이는 덩치 좋은 고등학생이고 그는 자그마한 4학년 꼬마이니까 말입니다. 삐뚤이는 동네 공터로 그를 데려가서 그가 원하지도 않는 축구를 얼마 정도 시키더니 갑자기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그를 앉히더니 눈을 감으라고 했습니다. 눈뜨면 죽인다고 을러대는 것도 잊지 않더군요. 그는 덜덜 떨며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계속됩니다.
(음원제공 YouTube : 사랑과 평화 - 부족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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